친구(여)
급작스런 이별은 받아들여지지 않네.
아니 인정할 수가 없어.
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잠시 곁을 떠나 있는 것 같이.
생사불이라 하더니 슬프거나 괴롭지 않네.
항상 사랑하는 연인의 기억과 함께 있듯.
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
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?
정년이후 경로당의 바둑고수가 되자던 우리의 언약은
내가 정년이 된 후 꿈에서 함께하고,
그도 어려우면 다음 생에서 이뤄보세.
고마운 친구여
그림자인 육신의 그림자인 삼독에 물들지 않게
말없이 미소를 보내는 구나.
내가 보고 싶거든
우리 집 난실에 살짝 와서
청도 산 난초 곁에 잠시 머물다 가세.
※ 50대 초반에 급성 심장마비로 먼 곳으로 떠난 친구를 생각하며. 일엽(一葉 )